아이를 낳으면 휴대폰 사진첩이 순식간에 아이 사진으로 가득 찹니다.
처음 웃은 날, 처음 걸은 날, 엉뚱한 표정을 지은 순간까지. 너무 귀여운 모습을 보면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 사진을 내가 인터넷에 올려도 되는 걸까?”
아직 SNS 계정도 없는 아이인데, 어쩌면 아이의 첫 번째 온라인 기록을 만들고 있는 사람은 부모일지도 모릅니다.
최근에는 부모가 자녀의 사진이나 영상, 이야기를 온라인에 공유하는 현상을 ‘셰어런팅(Sharenting)’이라고 부릅니다. Sharing과 Parenting을 합친 말입니다. 유니세프(UNICEF) 역시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육아 문제 중 하나로 셰어런팅과 아이의 사생활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 사진은 아예 올리지 않는 것이 답일까요?
꼭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올리느냐, 올리지 않느냐만이 아니라 무엇을, 누구에게, 얼마나 공개하고 있는지 아는 것입니다.
목차
- 셰어런팅(Sharenting)이란 무엇일까?
- 부모가 올린 사진은 아이에게 어떤 기록으로 남을까?
- 아이 사진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사용될 수도 있을까?
- 아이 사진을 올리기 전 확인하면 좋은 5가지
- 아이가 크면 사진 공유의 기준도 달라져야 할까?
- 나는 기록은 많이 하지만 SNS에는 거의 올리지 않는다
부모가 아이의 사진이나 영상, 이야기를 온라인에 공유하는 것을 셰어런팅(Sharenting)이라고 합니다. Sharing과 Parenting을 합쳐 만든 표현입니다.
생일 사진 한 장을 올리는 것부터 아이의 성장 과정을 꾸준히 기록하는 육아 계정까지 그 범위는 넓습니다.
유니세프(UNICEF)는 셰어런팅을 단순히 SNS에 사진을 올리는 것에만 한정하지 않습니다. 아이에 관한 블로그 글이나 영상, 메시징 플랫폼을 통한 공유 등도 넓은 의미의 셰어런팅에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다고 아이 사진을 공유하는 행동 자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멀리 사는 가족에게 아이가 크는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고, 육아의 기쁨을 친구들과 나눌 수도 있습니다. 다른 부모들과 육아 경험을 공유하면서 위로와 정보를 얻기도 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전 세대의 부모들과는 조금 다른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앨범 속에 있던 사진을 집에 놀러 온 사람들이 보았다면, 지금은 사진 한 장이 몇 초 만에 수십 명, 수백 명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성장 기록을 남기는 방식 자체가 달라진 것입니다.
2. 부모가 올린 사진은 아이에게 어떤 기록으로 남을까?
여기서 생각해볼 것이 디지털 발자국(Digital Footprint)입니다.
인터넷에 남긴 사진이나 글, 영상 같은 기록이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온라인상의 흔적을 말합니다.
성인은 대부분 자신의 디지털 발자국을 어느 정도 스스로 만듭니다.
어떤 프로필 사진을 사용할지, 어떤 여행 사진을 올릴지, 무엇을 공개하지 않을지를 직접 결정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조금 다릅니다.
첫돌 사진, 여행 사진, 재미있는 실수, 울고 있는 모습까지 부모가 온라인에 기록하면서 아이가 직접 인터넷을 사용하기 전부터 이미 온라인상의 모습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프랑스 개인정보보호기관(CNIL)은 어린 시절부터 많은 사진이 온라인에 공개되면 아이가 성장한 뒤 자신의 디지털 정체성과 관련된 기록을 완전히 통제하거나 삭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사진을 올리기 전에 질문을 조금 바꿔볼 수 있습니다.
“지금 귀여운 사진인가?”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10년 뒤 아이가 이 사진을 보더라도 괜찮을까?”
까지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부모에게는 재미있는 육아 에피소드였던 일이 훗날 아이에게는 공개하고 싶지 않은 어린 시절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3. 아이 사진이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사용될 수도 있을까?
이 부분은 최근 들어 더 생각해볼 문제가 되었습니다.
사진을 SNS에 공개하면 그 사진이 처음 올린 곳에만 머문다고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이 저장하거나 캡처할 수도 있고, 다시 공유하면서 원래 예상했던 사람보다 훨씬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도 있습니다.
호주 온라인안전위원회(eSafety Commissioner)는 심지어 비공개 메시지로 보낸 사진도 복사되어 다시 공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어떤 온라인 서비스도 위험이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안내합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생성형 AI라는 새로운 문제도 생겼습니다.
CNIL과 eSafety는 온라인에서 수집된 아이 사진이 원래 부모가 의도하지 않았던 용도로 이용되거나 AI를 이용한 합성 이미지와 딥페이크 제작 등에 악용될 가능성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 사진 한 장을 올릴 때마다 최악의 상황을 상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유니세프 역시 온라인 공유가 언제나 100% 안전하다고 할 수는 없으며, 결국 부모가 공유의 이점과 위험을 함께 고려하는 문제라고 설명합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한번 온라인에 공개한 사진은 내가 원래 생각했던 방식으로만 사용된다고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
이 사실을 알고 올리는 것과 모르고 올리는 것은 꽤 큰 차이가 있습니다.
4. 아이 사진을 올리기 전 확인하면 좋은 5가지
그렇다면 아이 사진을 올리고 싶을 때마다 너무 복잡하게 고민해야 할까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게시 버튼을 누르기 전에 아래 정도만 한번 확인해봐도 좋습니다.
① 아이를 쉽게 특정할 수 있는 정보가 함께 보이지 않는가?
전체 이름이나 생일처럼 직접적인 개인정보뿐 아니라 학교나 어린이집 이름이 적힌 옷과 가방 등도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② 아이의 위치나 생활 패턴을 알 수 있는가?
집 주변 특징이나 위치 태그, 반복적으로 공개되는 활동 시간처럼 아이가 어디에서 언제 생활하는지를 추측할 수 있는 정보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③ 아이가 나중에 보고 불편해할 사진은 아닌가?
부모에게는 귀여운 사진이라도 목욕하는 모습이나 옷을 벗은 사진, 울거나 실수한 순간처럼 아이가 성장한 뒤 공개되기를 원하지 않을 만한 사진은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④ 사진에 다른 아이도 함께 나오지는 않는가?
내 아이의 사진을 공개할지는 내가 고민할 수 있지만, 다른 아이의 사진까지 대신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eSafety는 다른 아이가 포함된 사진을 게시하거나 태그하기 전 해당 부모에게 확인하도록 권고합니다.
⑤ 꼭 모든 사람에게 공개해야 하는 사진인가?
아이의 근황을 가족에게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라면 공개 SNS가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공개 범위를 제한하거나 신뢰하는 사람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CNIL과 eSafety 역시 이런 제한적인 공유 방법을 권하고 있습니다.
아이 얼굴을 가리거나 뒷모습만 올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CNIL 역시 공개하기로 했다면 아이의 얼굴을 가리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다만 얼굴을 가렸다고 해서 다른 정보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진 전체와 함께 적는 글을 같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아이가 크면 사진 공유의 기준도 달라져야 할까?
두세 살 아이에게
“이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일을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하니?”
라고 물어볼 수는 없습니다.
어린아이는 온라인 공개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의 의견을 물어볼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말을 이해하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하면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 사진 할머니한테 보여줘도 될까?”
“엄마가 이 사진 가족들에게 보내도 괜찮아?”
아이가 싫다고 하면 보내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성장하면서 질문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족에게 보내는 것은 괜찮은지, SNS에 올리는 것도 괜찮은지, 어떤 사진은 싫은지 조금씩 아이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할 수 있습니다.
유니세프는 이런 과정을 아이에게 동의(Consent)와 사생활 보호의 개념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로 설명합니다. eSafety 역시 아이가 사진 공유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다른 사람의 동의를 존중하는 습관을 가르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안내합니다.
어쩌면 아이에게 디지털 안전을 가르치는 첫 번째 순간은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는 날보다 훨씬 먼저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6. 나는 기록은 많이 하지만 SNS에는 올리지 않는다
저 역시 아이 사진을 전혀 공유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카카오톡 프로필처럼 제가 알고 있는 사람들이 주로 보는 공간에서는 아이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Facebook이나 Instagram 피드에는 아이 사진이나 가족사진을 따로 올리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특별한 원칙을 세웠던 것은 아닙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조금씩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 사진을 공개하는 것은 내가 결정할 수 있지만, 아이의 사진까지 내가 계속 대신 결정해도 되는 걸까.
그래서 저는 어느 순간부터 아이를 기록하는 것과 아이를 공개하는 것을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휴대폰에는 여전히 아이 사진이 정말 많습니다.
하루에도 몇 장씩 찍고, 재미있는 순간이 있으면 가족에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몇 년 뒤 아이와 함께 다시 보고 싶은 모습도 많이 남겨두고 있습니다.
다만 그 모든 순간을 SNS에 올려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이 사진을 SNS에 올리는 다른 부모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가족마다 SNS를 사용하는 방식도 다르고, 공개 범위도 다르고, 사진을 통해 멀리 있는 가족과 일상을 나누는 방식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맞는 기준이 다른 가족에게 그대로 적용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아이를 낳기 전에는 사진을 올리고 나서
“사람들이 이 사진을 어떻게 볼까?”
를 생각했다면,
아이를 낳은 뒤에는 사진을 올리기 전에 먼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이 아이가 이 사진을 보게 된다면 어떻게 느낄까?”
그 질문 하나만으로 제가 공개하는 사진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이의 어린 시절을 기록하는 것과 그 기록을 세상에 공개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사진은 얼마든지 많이 남길 수 있습니다.
가족끼리 보고, 멀리 있는 가족에게 보내고, 몇 년 뒤 아이와 함께 다시 꺼내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소중한 순간이 반드시 SNS에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결국 셰어런팅에는 모든 가족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기록을 부모가 어디까지 대신 공개할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아이가 자신의 선택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선택권을 조금씩 아이에게 돌려주는 것.
저는 그것이 디지털 시대에 아이의 사진을 기록하는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