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집에서 키우다 보면 한 번쯤 고민하게 됩니다.
“이제 어린이집을 보내야 할까?”
특히 두 돌이 지나면 주변에서 어린이집이나 프리스쿨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집에서 계속 돌봐도 괜찮은지, 또래와 어울릴 기회가 부족하지는 않을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시작하기 좋은 시기를 단순히 몇 개월, 몇 살이라는 숫자로 정할 수 있을까요?
아이의 발달과 가족의 상황을 기준으로 어린이집과 가정보육을 비교해봤습니다.
목차
- 어린이집은 몇 살부터 보내는 게 좋을까?
- 집에서 키울 때의 장점과 아쉬운 점
- 어린이집에 다니면 달라지는 점
- 사회성을 위해 어린이집을 일찍 보내야 할까?
- 어린이집을 시작할 시기를 판단하는 기준
- 우리 집은 세 살까지 집에서 키우기로 했다
1. 어린이집은 몇 살부터 보내는 게 좋을까?
어린이집을 보내기 좋은 시기를 모든 아이에게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영유아 발달에서 중요한 것은 특정 나이에 반드시 기관 생활을 시작하는 것보다 아이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호자와 충분히 상호작용하고, 놀고, 움직이고,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하버드대학교 아동발달센터는 어린아이가 보호자에게 신호를 보내고 보호자가 말이나 눈맞춤, 행동으로 반응하는 반복적인 상호작용을 ‘Serve and Return’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런 반응적인 관계가 초기 언어와 사회성, 인지 발달의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유니세프(UNICEF) 역시 영유아에게 안정감, 초기 학습 기회와 함께 부모나 보호자가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함께 노는 반응적인 돌봄(Responsive caregiving)이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즉 “몇 살까지는 집, 몇 살부터는 어린이집”이라는 하나의 정답을 찾기보다 아이가 지금 어떤 환경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2. 집에서 키울 때의 장점과 아쉬운 점
가정보육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의 생활 리듬에 맞춰 하루를 조절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낮잠이나 식사 시간을 아이에게 맞출 수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일정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보호자와 일대일로 이야기하고 책을 읽거나 놀면서 충분한 상호작용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반면 집에 있는 것 자체가 좋은 가정보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루 종일 집 안에서만 생활하거나 보호자가 너무 지쳐 아이와 상호작용할 여유가 없다면 가정보육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버드대학교 아동발달센터도 보호자의 스트레스가 지속적이고 반응적인 돌봄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또래를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도 기관 생활보다 적기 때문에 부모가 의식적으로 외부 활동을 만들어줘야 할 수 있습니다.
3. 어린이집에 다니면 달라지는 점
어린이집이나 프리스쿨에서는 집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일과를 따르고, 여러 어른과 관계를 맺으며, 또래와 같은 공간에서 놀고 생활합니다. 장난감을 기다리거나 함께 정리하는 것처럼 집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상황도 자연스럽게 생깁니다.
반대로 처음 기관 생활을 시작하면 새로운 공간과 사람, 일정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특히 보호자와 떨어지는 것을 어려워하는 시기의 아이에게는 등원 과정이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집의 장점만큼이나 기관의 질, 교사와 아이의 관계, 아이의 기질과 적응 정도를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어린이집이냐 가정보육이냐보다 그 안에서 아이가 어떤 관계와 경험을 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일 수 있습니다.
4. 사회성을 위해 어린이집을 일찍 보내야 할까?
제가 가정보육을 하면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부분도 사회성이었습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제시하는 30개월 사회·정서 발달 이정표 중 하나는 다른 아이 옆에서 놀고, 때로는 함께 노는 것입니다. CDC는 공원이나 도서관에서 다른 아이들과 놀게 하거나 지역 놀이모임과 프리스쿨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방법도 제안합니다.
이 부분을 보면 또래와의 경험은 중요하지만, 그 경험이 반드시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있어야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공원이나 문화센터, 수영장, 놀이 프로그램에서도 다른 아이를 만날 수 있습니다. 동네를 걸으며 이웃과 인사하고 가게에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도 아이에게는 사회를 경험하는 과정입니다.
다만 아이가 자라면서 또래와 함께 놀고 규칙을 경험하는 비중도 점차 커지기 때문에, 가정보육을 한다면 이런 기회를 의식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5. 어린이집을 시작할 시기를 판단하는 기준
그래서 저는 나이 하나만 보기보다는 몇 가지를 함께 생각해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의 기질과 발달 상태, 보호자의 체력과 정신적인 여유, 부모의 직장 상황, 가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집에서 충분한 놀이와 외부 활동을 제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용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나 프리스쿨의 환경과 질입니다.
특히 여기에서 부모의 상황을 빼놓으면 안 됩니다.
가정보육이 아이에게 좋은 선택이라도 보호자가 이미 한계에 가까울 정도로 지쳐 있다면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을 쉬거나 줄일 수 있고 현재의 가정보육 생활이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잘 맞는다면 굳이 주변과 같은 시기에 기관 생활을 시작할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선택과 부모가 지속할 수 있는 선택이 만나는 지점을 찾는 것.
저는 그것이 우리 가족에게 맞는 시기를 결정하는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6. 우리 집은 세 살까지 집에서 키우기로 했다
저는 출산 전에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한 해에 억대 수입을 올린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일을 조금씩 줄여야 했습니다. 지금은 가끔 한 달에 한 번 몇 시간 정도 일을 하는 수준이고, 제 수입은 거의 없이 남편의 외벌이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양가 부모님은 모두 다른 나라에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제 하루는 육아와 살림이 되었습니다. 밤 낮으로 아이를 돌보고, 매일 새로운 밥을 만들고, 남편 도시락을 준비하고, 빨래를 합니다. 청소나 쓰레기 등은 일부 남편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대부분의 집안일과 육아는 제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출산 전의 저는 지금과 상당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했고 지극히 개인적이었습니다. 관심의 중심에는 늘 제 일과 외모, 몸매와 같은 것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제가 아이를 낳고 가장 많이 바뀐 부분 중 하나가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것입니다.
가정보육을 하면서 하루에 한두 번은 반드시 아이를 밖으로 데리고 나갑니다. 길에서 만나는 이웃에게 인사하고, 다른 아이와 부모에게 말을 걸고, 청소하시는 분이나 공사하시는 분, 건물을 관리하시는 분과도 인사를 나눕니다.
원래 내향적인 저에게는 자연스러운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렇게 하는 모습을 매일 본 아이는 이제 먼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합니다. 자주 만나는 어른들과도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다가갑니다.
그래서 저는 가정보육이 반드시 사회와 떨어져 지내는 생활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만 우리도 계속 집에서만 키울 생각은 아닙니다.
내년에는 프리스쿨을 일주일에 두세 번, 하루 세 시간 정도 보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엄마와 함께 세상을 경험했다면, 그때부터는 조금씩 엄마가 없는 곳에서도 자기만의 관계와 경험을 만들어갈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끔은 생각합니다.
일을 계속했다면 지금쯤 얼마나 더 벌었을까. 커리어는 어디까지 갔을까.
하지만 제가 지금 선택한 기준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나중에 후회하거나 아쉽지 않도록, 지금 주어진 시간에 최선을 다해 오늘 하루만 살아내는 것.
그래서 지금은 아이와 함께 보내는 이 시간을 선택했습니다.
어린이집을 일찍 보내는 것도, 집에서 조금 더 오래 키우는 것도 모든 가정에 같은 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언제 보내는지가 아니라 지금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과 우리 가족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답은 아이가 자라면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