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엄마의 책상과 아기 침대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남편과는 14년을 연애했지만 무엇이든 함께하는 커플은 아니었습니다. 남편은 스포츠와 게임, 애니메이션을 좋아했고 저는 그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대신 제 일을 하고, 피부나 화장품을 찾아보고, 건강을 챙기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서로 다른 것을 하면서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편했습니다.
특히 일은 제 삶에서 꽤 큰 부분이었습니다.

출산 직전 해에는 일이 유난히 잘 풀렸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수입이 억대를 넘었고, 남편보다 더 많이 벌기도 했습니다.
일이 많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사실 그런 제가 좋았습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었고, 제 능력으로 일을 구하고 돈을 벌었습니다. 새벽까지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 날도 많았지만 그것 역시 제가 선택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30대 후반, 첫 아이를 낳았습니다.

출산 4주 만에 다시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출산하면 당연히 많은 것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것’에 제가 포함되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몸은 회복되지 않았고 호르몬 때문인지 이유 없이 우울했습니다. 모유는 생각처럼 나오지 않았고, 아이는 울었고, 잠은 당연히 자지 않았습니다.
가끔은 정신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출산한 지 4주 만에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몸이 괜찮아서가 아니었습니다.
출산 전부터 이어오던 계약과 프로젝트가 있었고, 이것들을 놓으면 다시는 같은 조건의 일을 구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무엇보다 일을 놓는 순간 예전의 저까지 사라질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생후 9주쯤 되었을 때 결국 주 3일, 하루 6시간 베이비시터를 고용했습니다.
그 시간이 생기자 저는 쉬지 않았습니다.
집을 나와 미친 듯이 프로젝트에 몰두했습니다. 하필 그 시기에 크고 중요한 일들이 몰렸습니다.

그런데 집중은 예전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노트북을 보다가 베이비캠을 켰습니다.
아이가 잘 있는지 확인하고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10분쯤 지나면 또 베이비캠을 켰습니다.
화면 속 아이를 보고 다시 노트북을 보고, 몇 분을 일하다가 또 아이를 확인했습니다.

아이와 떨어져 있는데도 저는 엄마였고, 일을 하고 있는데도 예전의 저는 아니었습니다.

자꾸 출산 전의 나와 비교했습니다

무엇보다 이상했던 것은 제가 엄마라는 사실이 좀처럼 실감 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분명 제 앞에는 제가 낳은 아이가 있는데, 머릿속에서는 계속 출산 전의 저와 지금의 저를 비교했습니다.

예전에는 이만큼 일했는데.
예전에는 이만큼 벌었는데.
예전에는 이것도 해냈는데.

아이를 돌보면서도 저는 자꾸 이전의 제 성적표를 꺼내 지금의 저를 채점했습니다.
그럴수록 지금의 저는 늘 부족했습니다.
일을 하면 아이에게 미안했고, 아이와 있으면 일이 생각났습니다.

둘 다 잘하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어느 쪽에서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아이가 여섯 달이 넘을 때까지 저는 두 개의 삶을 동시에 붙잡고 살았습니다.

결국 하나씩 놓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는 클수록 손이 덜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했습니다.
양가 부모님은 모두 타국에 있었고, 우리에게 육아를 전담해 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결국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프로젝트를 하나씩 줄였습니다.
계약 하나를 끝내고, 또 하나를 보내고.
처음에는 잠깐 쉬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금만 지나면 다시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한두 달에 한 번 들어오는 프로젝트 하나만 남았습니다.
노트북을 열 일이 줄었습니다.
마감 날짜를 확인할 일도, 클라이언트의 메시지를 기다릴 일도 줄었습니다.
그토록 바라던 여유가 생겼는데 마음은 생각처럼 가벼워지지 않았습니다.

가끔 노트북을 열면 예전의 제가 생각났습니다.
새벽까지 일하면서도 다음 프로젝트를 기다리던 사람.
바쁘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자신의 일을 좋아했던 사람.

누군가의 엄마가 되기 전에 그냥 ‘나’였던 사람.
그 사람이 가끔 아주 많이 그립습니다.

아이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저는 아마 같은 선택을 할 것입니다.
그래서 한동안 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아이를 이렇게 사랑하면서 어떻게 아이가 없던 시절의 나를 그리워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제가 그리워하는 것은 아이가 없었던 삶이 아니라, 그때의 나 자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가 된 지금의 나와, 엄마가 되기 전의 나.
아직 저는 그 두 사람 사이에서 살아가는 중입니다.

그리고 가끔 아주 조용한 순간이면 생각합니다.

나는 언제쯤 지금의 나를 예전의 나와 비교하지 않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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