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는 부부의 멀어진 관계를 상징하는, 떨어져 놓인 두 개의 커피잔과 아이의 장난감

아이를 낳고 우리 부부에게서 가장 먼저 사라진 것은 데이트도, 스킨십도 아니었습니다.
서로에 대한 질문이었습니다.

“오늘 회사 어땠어?”
“점심 뭐 먹었어?”
“아까 왜 기분 안 좋아 보였어?”

이런 질문들이 언제 사라졌는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대신 우리 집에는 다른 질문들이 넘쳐났습니다.

“오늘 응가 했어?”
“낮잠 몇 시에 잤어?”
“밥 얼마나 먹었어?”
“기저귀 언제 갈았어?”
“오늘 왜 이렇게 보채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대화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많은 대화 속에 이상하게도 나와 남편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아이는 어렸고, 하루는 늘 바빴습니다. 먹이고, 치우고, 씻기고, 재우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하루가 끝났습니다.

우리는 대화가 없는 부부가 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하루 종일 많은 말을 했습니다.
다만 그 말의 대부분이 아이를 잘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오늘 하루를 무사히 끝내기 위한 말이었습니다.

서로의 ‘역할’을 먼저 보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는 남편보다 그가 해줄 수 있는 일을 먼저 보기 시작했습니다.
남편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면 반가움보다 계산이 먼저 됐습니다.

이제 잠깐 아이를 맡길 수 있겠다.
그동안 씻을 수 있겠다.
오늘 목욕은 부탁해야겠다.

남편 역시 비슷했을 겁니다.
저의 하루를 궁금해하기 전에 아이가 밥은 먹었는지, 낮잠은 잤는지, 몇 시에 재워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남편과 아내보다 육아를 함께하는 사람으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상대의 표정보다 행동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가 설거지하는 동안 왜 앉아 있는지.
내가 아이를 재우는데 왜 휴대폰을 보고 있는지.
내가 이렇게 지쳐 있는데 왜 먼저 일어나지 않는지.

그 사람이 어떤 기분인지보다, 지금 무엇을 해주고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아이에게로 향했습니다

반대로 아이에게는 아주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몇 시에 일어났는지, 밥을 얼마나 먹었는지, 응가는 했는지, 낮잠은 몇 시에 들었는지.
평소보다 밥을 덜 먹으면 걱정했고, 얼굴에 작은 상처가 생기면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아이가 울면 하던 일을 멈추고 얼굴부터 들여다봤습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괜찮아?”

어떻게든 아이의 마음을 알아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서로에게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남편이 평소보다 말이 없어도 이유를 묻지 않았고, 남편 역시 제가 유난히 지쳐 있는 날을 그냥 지나쳤을 겁니다.

아이의 작은 한숨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서로의 한숨은 그냥 지나쳤습니다.

어느 순간 서로보다 휴대폰이 편해졌습니다

아이가 잠들고 나면 드디어 둘만의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막상 둘만 남으면 서로에게 다가갈 힘이 없었습니다.

남편은 휴대폰을 들었고, 저도 휴대폰을 들었습니다.
쇼츠 하나를 보고 또 하나를 넘겼습니다. 재미가 없으면 밀어버리면 그만이었고, 웃긴 영상이 나오면 잠깐 웃었습니다.

아무것도 설명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누군가의 말을 집중해서 듣지 않아도 됐고, 내가 오늘 어떤 기분이었는지 굳이 꺼내놓지 않아도 됐습니다. 그게 생각보다 편했습니다.

남편에게 “오늘 어땠어?”라고 물으면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고, 제가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시작하면 제 마음도 다시 들여다봐야 했습니다.
하지만 휴대폰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에게서 위로받으려면 마음을 꺼내야 했지만, 화면에서 위로받는 데에는 아무런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루 끝에 겨우 남은 시간을 우리는 서로보다 각자의 화면에 내어주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서로에게 관심받고 싶었습니다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제가 먼저 말을 걸지는 않으면서 남편이 먼저 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렸습니다.
오늘 힘들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했고, 제가 평소보다 조용하면 “무슨 일 있어?”라고 물어봐 줬으면 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작 저도 남편에게 묻지 않았습니다.

오늘 회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요즘 무슨 고민을 하는지.
무엇 때문에 힘든지.

둘 다 관심받고 싶었는데 먼저 관심을 줄 여유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낳고 우리는 한 사람에 대해 아주 많은 것을 새롭게 알아갔습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졸릴 때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디가 아프면 어떻게 우는지까지.

그렇게 한 사람을 열심히 알아가는 동안, 가장 오래 알고 지낸 사람에 대해서는 조금씩 모르는 것이 많아졌습니다.

우리는 여전히 매일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내일 아침 뭐 먹이지?”
“낮잠은 몇 시에 재울까?”
“주말에 아이랑 어디 갈까?”

아이의 내일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오늘에 대해서는 묻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재우고 나면 집이 조용해집니다.
가끔 옆에 있는 남편을 바라봅니다.
십 년 넘게 알고 지낸 사람이고, 지금도 매일 같은 집에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문득 생각합니다.

우리는 언제부터 서로를 궁금해하지 않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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