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를 낳으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습니다.
잠을 마음껏 잘 수 없고, 외출 한 번에도 챙겨야 할 것이 많아지고, 하루의 중심이 자연스럽게 아이에게 옮겨간다는 것. 그런데 아무도 자세히 말해주지 않았던 변화가 하나 있었습니다.
출산 후 부부관계도 이전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우리도 그랬습니다.
사이가 나빠졌다고 단정하기에는 여전히 서로를 걱정했고, 가족이라는 마음도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보다 같은 아이를 바라보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부부였던 두 사람이 부모가 되면서
아이를 낳기 전, 우리는 10년 넘게 연인이자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눈빛만 봐도 서로의 기분을 알 만큼 익숙했고, 특별한 일이 없어도 할 이야기는 늘 있었습니다.
오늘 있었던 사소한 일부터 먹고 싶은 것, 주말에 하고 싶은 것까지. 별것 아닌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우리 사이를 채웠습니다.
아이를 낳은 뒤 대화의 내용은 달라졌습니다.
“아까 분유 얼마나 먹었어?”
“마지막으로 낮잠 몇 시에 잤지?”
“오늘 똥 쌌어? 색깔은 괜찮았어?”
“기저귀는 몇 번 갈았어?”
“내일 병원 몇 시까지 가야 하지?”
우리의 대화는 점점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있어도 서로의 하루가 어땠는지는 묻지 않는 날이 생겼습니다. 아이가 잠들면 드디어 둘만의 시간이 생겼는데, 그때는 이미 너무 지쳐 있었습니다. 각자 휴대폰을 보거나 밀린 일을 하다가 잠드는 것이 더 편했습니다. 처음에는 이것도 잠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하루가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부부일까, 아니면 한 아이를 함께 키우는 두 사람이 된 걸까.
사랑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여유가 없어진 것
출산 후 부부관계가 달라진 이유를 생각하면 처음에는 상대방에게서 이유를 찾았습니다.
왜 예전처럼 나에게 관심을 주지 않을까.
왜 내가 힘든 것을 알아주지 않을까.
왜 먼저 다가오지 않을까.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 다른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어쩌면 사랑이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랑을 표현할 여유가 사라진 것인지도 모른다고.
아이에게 하루 종일 마음과 몸을 쓰고 나면 남아 있는 것이 많지 않았습니다. 서로에게 다정해지는 것조차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서운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더 알아주기를 바랐고,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했습니다.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을 때 작은 일에도 서운했습니다.
그래서 출산 후의 부부관계는 참 이상했습니다.
가족으로는 이전보다 훨씬 단단하게 묶였는데, 남자와 여자, 그리고 한 사람과 한 사람으로서는 오히려 멀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답일까
가끔 아이가 없었던 시절의 사진을 봅니다. 둘이 아무 계획 없이 나가서 밥을 먹고, 늦게까지 영화를 보고, 다음 날 늦잠을 자도 아무 문제가 없었던 때.
그때의 우리가 조금 그립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우리는 아마 완전히 그때로 돌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꼭 돌아가야 하는 것도 아닐지 모릅니다.
아이를 낳은 뒤 달라진 것은 우리의 관계만이 아니었습니다. 나도 달라졌고, 상대도 달라졌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예전의 관계를 그대로 되찾는 일이 아니라, 지금의 우리에게 맞는 새로운 부부관계를 다시 만들어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직 그 방법을 정확히 알지는 못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습니다.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배우자에게 서운한 마음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좋은 부모가 되어가는 동안 좋은 부부로 지내는 방법을 잠시 잊을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반드시 사랑이 끝났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우리는 부모가 되는 법을 처음부터 배웠듯이, 어쩌면 아이가 태어난 뒤의 부부가 되는 법도 다시 배워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